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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면 이상하게 혈압이 높게 나온다는 분들,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직접 겪었는데, 그게 단순한 긴장 탓이 아니라 잘못된 측정 환경이 빚어낸 오진의 시작일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꽤 오래 찜찜했습니다. 병원에서 고혈압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바로 약부터 받기 전에 이 글을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왔던 날
처음 그 경험을 한 건 몇 년 전 일반 내과 진료를 보러 갔을 때였습니다. 접수를 마치자마자 간호사가 곧바로 혈압계 앞으로 안내했고, 숨 한 번 고를 틈도 없이 측정이 시작됐습니다. 결과는 수축기 혈압이 꽤 높게 나왔고, 의사는 그 수치만 보고 혈압약 복용을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평소 건강에 자신 있었거든요.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어서 며칠 뒤 집에서 안정을 충분히 취한 뒤 직접 재봤더니 정상 범위였습니다. 만약 그날 무턱대고 처방을 받았다면, 멀쩡한 몸에 평생 약을 달고 살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현상을 백의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백의고혈압이란, 의료진의 흰 가운에 대한 긴장이나 병원 환경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혈압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진료실에서만 고혈압 수치가 나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병원에서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약 20%가 실제로는 백의고혈압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혈압 측정 방법이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
두 번째로 비슷한 경험을 한 건 대학병원에서였습니다. 평소 혈압이 높다는 말에 겁이 나서 정밀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접수 직후 긴장한 상태 그대로 측정이 진행됐습니다. 당연히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다행히도 담당 간호사분이 제 긴장 상태를 눈치채고 10분 정도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재측정해 주었고, 그 결과는 정상이었습니다. 그 간호사분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아찔합니다.
혈압을 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진료실 혈압: 병원에서 의료진이 측정하는 방식. 수축기 140mmHg 이상, 이완기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 가정혈압: 집에서 본인이 안정된 상태로 측정하는 방식. 진료실 혈압보다 낮은 기준(수축기 135mmHg, 이완기 85mmHg 이상)으로도 고혈압을 진단합니다.
- 활동혈압(24시간 혈압): 활동혈압 측정기를 몸에 부착하고 하루 동안 혈압 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수면 중과 활동 중 혈압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 가장 정밀한 방법으로 꼽힙니다.
수축기 혈압(Systolic Blood Pressure)이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말하며, 이완기 혈압(Diastolic Blood Pressure)은 심장이 이완되어 혈액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압력을 의미합니다. 혈압 측정값에서 앞 숫자가 수축기, 뒷 숫자가 이완기 혈압입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가정혈압 측정은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을 구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5분 이상 안정을 취하고 측정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오진이 부르는 혈압약 부작용의 현실
잘못된 측정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실제로 고혈압이 아닌데도 혈압약을 복용하게 될 경우, 약이 혈압을 오히려 정상 이하로 떨어뜨려 무기력감, 어지럼증, 기립성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이란,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갑자기 일어날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나 일시적 실신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증상을 겪는 환자 본인이 혈압이 올라서 생기는 증상으로 오해하고, 오히려 더 강한 혈압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입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의료 현장의 허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이 혈압 측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을 소홀히 해서 약물 부작용의 위험에 환자를 노출시키는 건, 명백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수치 하나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할지 모르는 환자의 불안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도 고혈압 진단을 위해서는 최소 2회 이상, 서로 다른 시간대에 측정한 혈압 수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혈압 변동성, 평균값보다 위험한 이유
혈압을 잴 때마다 수치가 들쑥날쑥하다면 이것 자체도 경계 대상입니다. 평균 혈압이 120mmHg이더라도, 90과 150을 오가며 평균이 120인 경우와 115에서 125 사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120인 경우는 혈관이 받는 부담이 전혀 다릅니다.
맥압(Pulse Pressure)이라는 개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맥압이란 수축기 혈압에서 이완기 혈압을 뺀 값으로, 혈관의 탄성과 손상 정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맥압이 클수록 혈관이 이미 상당히 손상되어 딱딱해진 상태를 의미하며, 뇌경색, 심근경색, 신부전 등의 합병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연령이 높은 분들 중에 수축기 혈압은 150mmHg이지만 이완기 혈압이 60mmHg 초반까지 떨어져 맥압이 90에 육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혈관 노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호로 봐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보는 병원에서 먼저 설명해 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환자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내용들이죠. 혈압 측정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행위 안에 이렇게 많은 변수가 숨어 있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혈압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병원 한 곳에서 한 번 잰 수치만 믿지 말고 집에서 안정된 상태로 가정혈압을 꾸준히 기록해 보시길 권합니다. 필요하다면 24시간 활동혈압 검사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체계적인 데이터를 갖고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이 느껴지신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