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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13%에 불과한 암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모르게 손이 멈췄습니다. 작년에 제가 직접 겪었던 소화불량과 등 통증으로 췌장암을 의심하며 밤을 지새웠던 그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췌장암 전조증상, 이것만은 놓치지 마세요

췌장은 복부 깊숙이, 위장 뒤쪽에 자리 잡고 있어 종양이 생겨도 초음파로 쉽게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췌장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감각 신경이 드물어 종양이 제법 커질 때까지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전조증상 중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원인 모를 가려움증이었습니다. 단순히 피부 트러블이나 건조함 때문이라고 넘기기 쉬운 증상인데, 실제로는 담즙 정체(Biliary stasis)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담즙 정체란 췌장 머리 부분의 종양이 담즙 배출 경로를 막아 담즙 속 독소 성분이 혈액으로 역류하고, 이것이 피부 신경을 자극해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현상입니다. 황달이 눈에 보이기 전에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 가려움증이 지속된다면 피부과보다 소화기내과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변의 색깔 변화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담관이 막혀 담즙이 제대로 내려오지 못하면 대변이 갈색으로 착색되지 않아 회색이나 흰 찰흙색 변이 나오고, 반대로 소변은 빌리루빈(Bilirubin) 색소가 과잉 축적되어 진한 차색이나 콜라색으로 변합니다. 빌리루빈이란 적혈구가 분해될 때 생기는 노란색 색소로, 정상적으로는 담즙을 통해 배출되어야 하는데, 담관이 막히면 혈액 내에 쌓여 소변을 통해 배출되면서 소변 색을 짙게 만드는 물질입니다.

 

지방변(Steatorrhea)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지방변이란 췌장이 손상되어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Lipase)를 충분히 분비하지 못할 때, 소화되지 않은 지방이 그대로 대변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입니다. 변에 기름기가 섞이고 물에 뜨는 특징이 있어 한번 경험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리파아제란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하는 소화 효소로, 췌장에서 생산됩니다.

 

췌장암 전조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 가려움증 (황달 이전에 먼저 나타날 수 있음)
  • 회색·흰 찰흙색 대변, 진한 차색·콜라색 소변
  • 6개월 내 체중의 5% 이상 감소 (다이어트 없이)
  • 가족력·비만 없이 60세 전후에 갑자기 발생한 당뇨
  • 똑바로 누우면 심해지고 앞으로 웅크리면 줄어드는 등 통증

특히 등 통증은 허리 디스크나 근육통으로 오인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제가 작년에 겪었던 것도 바로 이 등 통증이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단순 근육통과 다른 점은 자세에 따라 통증의 강도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야간 통증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췌장 검사를 고려하시길 권합니다.

 

국립암센터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암 사망률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췌장암만 유일하게 사망률이 증가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조기 발견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고위험군이라면 반드시 받아야 할 정밀검사

저는 그날 내과에서 복부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이상이 없었지만, 검사를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께 들은 말이 귀에 남았습니다. "초음파만으로는 췌장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워요." 대장 가스에 가려 췌장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매번 복부 초음파를 받으면 다 보이는 줄 알았거든요.

 

종양 표지자 검사인 CA19-9(암 관련 항원 19-9) 역시 초기 발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CA19-9란 췌장암이나 담도암 등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수치를 측정하는 혈액 검사인데,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수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조기 스크리닝 도구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입니다.

 

췌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복부 CT(컴퓨터 단층 촬영)가 기본입니다. 복부 CT는 암의 크기, 위치, 주변 혈관과의 관계, 전이 여부까지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췌장암 진단의 핵심 검사로 꼽힙니다. 여기에 더해 내시경 초음파(EUS, Endoscopic Ultrasound)를 병행하면 조기 발견율이 높아집니다. EUS란 내시경 끝에 초음파 장치를 달아 위나 십이지장 안쪽에서 췌장을 바로 옆에서 촬영하는 검사 방법으로, 일반 초음파보다 훨씬 선명하게 췌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위 검사들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대한암학회에 따르면 장기 흡연자는 비흡연자 대비 췌장암 발생 위험이 최대 2.2배,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3명 이상인 경우에는 위험도가 최대 32배까지 증가합니다(출처: 대한암학회). 만성 췌장염 병력이 있거나 복부 비만이 심한 경우도 위험 인자에 포함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조건들이 겹친다면 일반 건강검진표에 없는 검사라도 의사에게 먼저 요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보지 않는 것, 그것이 생존율의 차이를 만듭니다. 저는 그 불안했던 며칠을 겪고 나서야 정기 검진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원인 모를 가려움증, 변 색깔 변화, 체중 감소, 갑작스러운 당뇨,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등 통증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복부 CT 검사를 주저 없이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발견이 빠를수록 선택지는 넓어집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AYPb70Sr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