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저는 한동안 검사를 많이 받을수록 건강을 잘 챙기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종합검진 때마다 항목을 늘려가며 큰돈을 썼고, 그게 내 몸에 대한 성실한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검사를 받는 동안 제가 가장 아팠다는 걸.

검사가 늘어날수록 불안도 커졌던 이유
제가 직접 겪어보니, 종합검진에 전신 CT와 고가의 초음파 패키지를 추가하던 시절이 오히려 가장 불안한 시기였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고, 막상 이상 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아도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증상이 신경 쓰였고, 다시 검사를 고민하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런 심리는 개인의 유별난 성격이 아니라 의료 소비 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현상에 가깝습니다. 건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비급여 검사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받는 사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건강검진 수검률은 꾸준히 상승해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매년 검진을 받고 있지만, 불필요한 검사로 인한 의료비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젊은 층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스트레스, 불면, 만성 피로로 인해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통증은 정신사회적 요인, 즉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거듭 받다 보면, 결과적으로 방사선 피폭이나 불필요한 시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검사 자체가 또 다른 건강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위양성이 만들어내는 가짜 환자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검사 수치가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환자인 건 아닙니다. 한 번은 지인이 류머티즘 인자 검사에서 수치가 올라와 있다는 말을 듣고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을 뻔했는데, 추가 검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일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검사는 위양성(False Positive) 비율이 꽤 높은 항목이었습니다. 위양성이란 실제로는 질환이 없음에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 검사 결과만 보고 성급하게 진단을 내리면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가 갑상선암 분야에서도 큰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과잉 진단(Overdiagnosis)이란 임상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병변을 발견해 진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평생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나갈 수도 있는 이상 소견을 굳이 찾아내어 치료 대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발생률이 수십 배 뛰었지만,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갱년기 여성에서 나타나는 건조증이 쇼그렌 증후군이라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으로 오진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쇼그렌 증후군이란 면역 체계가 눈물샘과 침샘을 공격하여 극심한 건조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갱년기로 인한 자연스러운 건조증과 증상이 겹치다 보니, 성급한 판독이 오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까지 질병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과잉 진단과 위양성이 실제로 문제가 되는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류마티스 인자(RF) 수치만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을 단정 짓는 경우
- 갑상선 초음파에서 우연히 발견된 미세 결절을 즉시 수술로 이어가는 경우
- 갱년기 건조증을 쇼그렌 증후군으로 오인하여 면역억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 콜레스테롤 경계 수치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스타틴 계열 약물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
조기 검진의 딜레마와 내 몸을 읽는 법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기 검진이 생존율을 높인다는 명제가 모든 암종에서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유방암을 비롯한 일부 암에서 조기 발견 집단과 미발견 집단 사이의 실제 생존 기간 차이가 예상보다 작거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리드타임 바이어스(Lead-time Bias)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리드타임 바이어스란 조기 발견으로 진단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마치 생존 기간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망 시점은 달라지지 않는 통계적 착시 현상을 말합니다.
고지혈증 기준 수치가 낮아지면서 전 국민의 상당수가 환자로 분류되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LDL 콜레스테롤, 즉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의 목표 수치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경계성 수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3분 남짓한 외래 진료 환경에서 개인의 심혈관 위험 인자를 종합적으로 따지는 심층 상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환자 입장에서 판단 근거를 충분히 얻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연세 지긋한 내과 선생님과 상담했을 때 들은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이나 과잉 검사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쓴소리였습니다. 그때 비로소 영상 검사 결과와 실제 통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섬유근육통처럼 불안이나 우울 등 정신적 요인이 뇌의 통증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생기는 신체 통증도 존재합니다. 섬유근육통이란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여러 곳에 만성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도 실제로는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건강을 지키는 진짜 출발점은 검사 항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사의 권유나 마케팅에 휩쓸리기보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고가의 검사 패키지를 끊는 데 쓰던 시간과 비용을 수면, 식단,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실질적인 건강 관리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검진 및 치료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